이번 주말, 아침부터 뜬금없이 에노시마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애기가 오늘은 차가 아니고 기차가 타고 싶다는 말에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목적지를 찾아보았다.
우리는 온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하코네를 가려고 했지만 주말에는 온천에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뜬금없이 에노시마가서 바다 구경이나 하자라고 결정했다.
이동은 차를 타는 대신 오다큐 로망스카를 이용했다. 전철이 아닌 로망스카를 타니 웬지 모르게 기차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 우리 모두 엄청 설레였다. 미리 편의점에 들려서 커피와 간식거리도 준비하고 기차여행을 하는 마음으로 열차를 기다렸다.
기차여행이라고 하지만 목적지인 에노시마까지는 30~40분정도의 거리였다.
로망스카 안에서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기차 안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와 간식은 너무 맛있었다. 시간이 없어 급하게 고른 카페라떼는 기차와 웬지 잘 어울렸고, 집에서 가져간 젤리, 초콜릿은 또한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웬지 커피와 함께 였기에 오래간만의 귀중한 경험이었다.
에노시마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활기차게 서핑하는 사람과 탁 트인 해변, 그리고 청명한 하늘이였다. 푸른 바다와 햇살 가득한 푸른 하늘, 밝게 빛나는 모래사장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지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런 붐비는 분위기가 참으로 활력 넘치는 것 같았다. 바닷가를 따라 걷는 것은 정말 상쾌했다. 그냥 모래위에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닷가를 걷다보니 그냥 바다 근처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해변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 위에서 자유롭게 미끄러지는 모습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바닷가를 한참 걷다보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데니즈에 들렀다. 데니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깔끔한 분위기와 다양한 메뉴가 있기에 점심을 먹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나는 그냥 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태국음식 카파오를 시켰는데, 예상 밖으로 맛이 좋아 너무 만족스러웠다.
저녁이 되어 해질녘, 우리는 일루미네이션을 감상하기 위해 에노시마를 오르기로 했다. 해질녘의 에노시마는 일루미네이션으로 덮여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붉은 해를 배경으로 한 일루미네이션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산 위에서는 해가 져서 꽤나 쌀쌀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판기에서 따뜻한 콘스프 한잔을 먹으며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따뜻한 콘스프 한잔은 정말 기분을 좋게 해주었고, 쌀쌀한 날씨를 잊게 해 주었다.
해가 진 뒤, 에노시마의 야경은 더욱 멋있었다. 조금 춥기도 했고 다음 날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 순간 만큼은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였다.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갑자기 피로함이 몰려왔다.
뜬금없이 떠난 에노시마의 당일치기 여행은 생각보다 아주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다음 주도 비슷한 추억을 또 남길 것을 기대한다.